북한 여의도 3배 240만평서 '복토직파법' 첫 수확
2006.10.09 18:00
북한 관련 자료 모음 페이지 :http://www.kumkangpia.com/html/sub_0201_03_02.htm
[영글어가는 남북 농업협력]
② 평남 숙천군 약전리 한민족복지재단 협동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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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3배 240만평서 ‘복토직파법’ 첫 수확
12% 증산 웃음꽃 피며 작은 통일공동체 만족
올해 초 대북 지원 민간단체인 ‘한민족복지재단’이 여의도 면적의 3배인 240만평에, 그것도 남쪽에서조차 지난해부터야 막 보급되기 시작한 새 농법 ‘복토직파법’으로 북쪽과 농업협력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첫술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 그러다가 행여 ‘실패’라도 하면 남북관계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그러나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북한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 협동농장에서 첫 벼베기 행사를 마치고 들어온 한민족복지재단 관계자들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7개월 동안 애면글면 정성을 들인 벼들은 묵직한 황금빛 낱알로 보은을 했다. 김형석 재단 회장은 “동행한 남쪽 농업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보면 한 정보(약 3천평) 당 9t의 벼(쌀로는 5.4t)가 수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정도면 근처의 우수한 농장과 비교해도 12% 정도 증산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민족복지재단이 북쪽에 처음 시도한 복토직파농법이란 논에 골을 파고 볍씨를 뿌린 뒤 그 위에 바로 비료로 덮어주는 것이다. 논에 그냥 볍씨를 뿌리는 ‘직파법’과도 구별되며, 못자리나 모내기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이양법’보다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김형석 회장은 공을 북쪽에 돌렸다. 처음엔 새 농법에 반신반의하던 북쪽도 치밀한 이론적 검토와 봄보리 시험재배를 해본 뒤 벼에 대해서도 ‘복토직파법’을 하자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리선준 북쪽 농업과학원 박사는 4월부터 지금까지 약전리 협동농장에 살다시피 하며 농민들과 매일 작황을 점검했다. 박봉주 내각총리도 현지 지도를 내려와 농민들을 격려했다. 남북 농업협력 역사상 최대 규모인데다, 약전리 전체 농경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면적이었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북쪽의 의지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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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도 트랙터와 복토직파기를 지원한 것은 물론이고, 올 2월부터 14차례에 걸쳐 150여명의 각 분야 농업전문가들이 약전농장을 방문해 기술 협의를 벌였다. 특히 복토직파법을 창안한 박광호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는 한달에 두 번 꼴로 현장을 방문에 벼 작황을 일일이 점검하며 자식처럼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북쪽은 이번 농업협력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명순 약전농장 관리위원장은 이번 벼베기 행사 때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허리띠가 두칸이나 줄어들었다”고 너스레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농업성의 김명철 정책국장도 “기대 이상의 풍작”이라며 “앞으로 민족 농업이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석 회장은 “남북이 공동으로 작성한 재배노트가 앞으로 농업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약전농장 안에서는 남과 북이 아무런 장애도 없이 작은 통일공동체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한민족복지재단은 ‘복토직파법’을 통해 여유가 생긴 북쪽 농업 인력을 고소득 환경작물이나 특용작물, 축산 분야로 돌려 북쪽 농민들에게 ‘부농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고 한다. 이번에는 유채를 파종했고, 이달 중순에는 한우와 젖염소가 새 보금자리를 찾아 북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